강릉바우길 2구간 대관령 옛길

강원도 강릉시와 평창군을 연결하는 백두대간 고갯마루가 대관령입니다. 지난 시절 한양과 강릉을 잇는 대관령 옛길은 이제 강릉바우길로 태어났네요. 강릉바우길 2구간 대관령 옛길을 걸으며 옛사람들의 추억을 소환해봅니다.

 

 

<대관령 옛길 안내지도>

 

 

대관령

 

대관령 옛길의 시작은 옛 영동고속도 대관령 휴게소입니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고 국가숲길안내센터가 자리하고 있네요. 대관령이라는 명칭은 16세기에 처음 사용되었다고 해요. 백두대간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고갯마루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고려초 강릉에 살던 장군 김순식은 태조 왕건을 돕기 위해서 출병을 하였는데 대관령에 이르러 제단을 만들고 승전을 기도했다 합니다. 너무나 힘든 고개였기에 강릉 사람들은 "평생 대관령을 한 번 넘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대관령은 영동고속도로를 개통하여 빠르게 통과하고 있지만 워낙 경사진 탓에 우회하는 신 고속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옛 영동고속도로는 마을휴게소 또는 양떼목장 휴게소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대관령 옛길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여유로운 공간이 되고 있지요.

 

 

<대관령 옛길>

 

 

국사 성황사

 

옛 영동고속도로 휴게소에 자동차를 세우고 조심해서 도로를 가로지르면 국사성황사 표석이 있네요. 선자령 등산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한데요. 강릉바우길 2구간의 시작점은 양떼목장 휴게소 방향으로 200m 내려가야 합니다. 강릉바우길 1구간은 선자령 풍차길이고 2구간은 대관령 옛길인데 출발점은 같습니다. 숲길을 따르다 대관령 옛길은 국사성황사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지요.

 

국사 성황사는 강릉의 수호신 범일국사와 대관령 산신 김유신을 모신 사당입니다. 범일국사는 신라 말 강릉 출신 스님인데요. 죽어서 강릉의 수호신이 되었다고 해요. 강릉단오제의 시작은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강릉 홍제동의 여 서낭당까지 가서 서낭 부부를 만나게 하는 의식을 행한다고 합니다.

 

 

반정

 

국사성황사에서 1.7km 내려가면 '대관령 옛길'이라는 표석을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 나그네들이 쉬어가던 주막터가 있던 곳이라 해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소입니다. 

 

"늙어신 어머니를 강릉에 두고 외로이 서울로 떠나는 이 마음. 때때로 고개 돌려 북쪽 바라보니 흰 구름 사이로 저녁산이 푸르구나." 38살의 신사임당은 오랫동안 살던 강릉을 뒤로한 채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떠나게 됩니다. 굽이굽이 대관령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니 어머니가 계시는 친정이 아련하게 보이는 것이었죠. 그래서 남긴 시가 '유대관령망친정'이라는 시입니다. 언제 다시 이 험한 고개를 넘어 어머니를 뵈러 올까 하면서 말이죠. 그곳이 반정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출발지 대관령 숲길 안내센터>

 

 

아흔아홉굽이 대굴령 전설

 

대관령을 넘은 사람은 신사임당이나 율곡만은 아닙니다. 옛사람들은 짚신을 신고 괴나리봇짐을 메고 한양으로 떠나기도 했는데요. 데굴데굴 넘는 고갯길이라 해서 대굴령이라는 이름도 유래합니다. 재미있는 전설 하나 들어볼까요?  율곡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면서 곶감 100개를 챙겼는데 대관령 굽이를 지날 때마다 하나씩 빼먹었답니다. 길이 끝날 때 곶감은 고작 하나만 남아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아흔아홉 굽이라는 별칭도 남아 있네요.

 

대관령 인근 어흘리에는 향리 이병화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추운 겨울 대관령을 넘는 사람들을 위해 주막을 짓고 침식을 제공했는데요. 그 이전에는 겨울에 이 길을 넘다 죽는 사람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병화를 기리는 비석 하나를 세워두었네요. "오가는 길손은 쉼터를 얻었고, 기거하는 사람은 오두막집이 생겼네. 조각돌에 그 행실 새겨, 오래도록 자랑스러움 기리도록 하였네."

 

 

하제민원과 원울이재

 

강릉바우길 2구간 대관령 옛길은 내려가는 길이라 옛사람들의 어려움을 잘 모릅니다. 이렇게 힘든 길을 반대로 올라가도록 코스를 정했더라면 옛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대관령을 지나는 길의 거리가 무려 13km라고 하니 만만하지는 않은데요. 그래서 중간에 주막집도 있었나 봅니다. 하제민원은 길을 가던 사람들이 여럿 모일 때까지 기다리던 주막이 있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길이 험하기도 하지만 산적 같은 도둑의 무리도 간간이 나타나곤 했기 때문이죠.

 

원울이재는 조선시대 강릉지역 원님이 이 고개를 넘으면서 두 번 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부임을 할 때는 한양에서 너무 멀어서 울고, 떠날 때는 강릉지역의 정든 백성을 두고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운다는 것이죠. 

 

 

<우주선 화장실>

 

 

우주선 화장실

 

김홍도는 이 길에서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요? 그는 44세이던 1788년 가을에 이곳을 지났다고 합니다. 정조의 어명을 받아 금강산 및 관동 팔경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었는데요. 그는 이곳을 지나면서 풍경에 반해 그림 하나를 남겼다고 해요. 그것이 '대관령도'인데요. 고갯마루에서 강릉을 조감하며 대관령을 그린 그림입니다.

 

힘든 길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길이었기에 그 감흥은 길을 걷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정말 외계인도 이곳에 오면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지 않을까. 해서 재미난 상상력으로 우주선 화장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우주선 화장실을 보고 '웬 우주선?'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대관령 박물관

 

우주선 화장실에서 1km 거리에 대관령 박물관이 나옵니다. 강릉바우길 2구간 2코스의 종점입니다.  2구간 1코스는 이곳에서도 조금 더 진행해야 하는데요. 대관령 옛길로만 치면 대관령 박물관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대관령의 옛 모습이나 이야기들을 박물관에서 관람을 하며 마무리할 수 있거든요.

 

대관령 박물관은 1993년 5월 15일에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대관령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고인돌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해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다양한 문화유산 2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관령 옛길을 걸어 도착했다면 둘러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관령 박물관>

 

 

돌아가는 길

 

대관령 박물관의 관람을 마쳤다면 이제 출발지인 대관령 정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조금 무리일 것 같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은데 버스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택시네요. 강릉 택시를 콜 하거나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면 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관령 정상까지 13000원. 저는 택시를 불러 돌아갔습니다. 그리하여 강릉바우길 2구간 대관령 옛길 걷기를 마무리하고 맛있는 음식은 횡계로 나가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강릉시내보다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