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운악산 현등사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운악산 기슭에는 천년사찰 현등사가 있습니다. 운악산을 등산하면서 들르게 되는 아담한 절집인데요.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즐거운 여행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평올레의 하나인 현등사 고찰길이기도 하니까요.

 

 

현등사

 

 

요약정리 

 

• 주소 :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등사길 34
• 관람시간 : 연중무휴
• 관람료 : 무료
• 전화 : 031-585-0707
• 코스 : 운악산 주차장~일주문~백년폭포~민영환바위~현등사
• 거리 : 운악산 주차장에서 2.6km(자동차 통행 가능)

 

 

현등사의 가을

 

 

찾아가는 길

 

현등사 가는 길은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평 운악산 등산을 자주 해보신 분들은 멀다고 느끼지 않을 테지만 말이지요. 찾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가평군 현리에서 찾아가는 방법, 포천시 일동에서 들어가는 방법인데요. 일반적으로 수도권에서는 현리 코스를 많이 이용하지요.

 

퇴계원에서 47번 국도를 따라 북진하다가 서파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현리로 갑니다. 현리에서는 387번 지방도를 따라 이동하면 운악산 주차장을 만날 수 있네요. 또 하나, 서파사거리에서 계속 직진하면 포천시 일동면에 닿습니다. 일동도서관 앞에서 우회전하여 청계호수 방향으로 들어가면 운악산 주차장으로 가는 387번 지방도가 나옵니다.

 

 

 

 

탐방기

 

현등사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90% 이상 등산객입니다. 가평 운악산을 등산하면서 스쳐가는 사찰인 셈이지요. 하지만 등산하는 사람들 말고도 답사를 하거나 가평올레 '현등사 고찰길' 걷기를 위해서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요. 따라서 여행이 목적이라면 운악산 주차장에서 걸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현등사 신도들은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시곤 하지요. 저는 걸어서 올라갑니다.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식당가를 지나갑니다. 식당들은 오래전부터 등산객들의 산행 회포를 푸는 장소로 이용되어 왔는데요. 막걸리와 전, 두부전골 등이 아주 유명합니다. 이름난 식당들도 있으므로 일부러 맛집 찾아오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식당가를 지나면 매표소 앞에 닿습니다. 요즘은 매표를 하지 않는군요.

 

 

주차장

 

삼충단이 나옵니다. 삼충단은 조병세, 최익현, 민영환 세 분 충신의 충절을 기리는 제단입니다. 1905년 일제가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국권마저 침탈하는 만행을 저질렀을 때 세 분의 충신들은 이에 항거했습니다. 민영환 선생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로 원통함을 드러낸 바 있죠. 매년 11월 25일에 제향을 올리고 있다 합니다.

 

삼충단 옆에 있는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갑니다. 소박하고 아담한 모습인데요. 일주문은 부처님 곁으로 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괜히 옷매무시를 다시 고치고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군요. 신라 법흥왕 때 인도에서 불법을 전하기 위해 오신 스님이 있었답니다. 그분 이름이 마라가미인데요. 왕은 그 스님을 위해서 사찰을 지었다고 하는군요.

 

법흥왕은 신라에 불교를 공인한 왕이죠. 그것이 527년입니다. 불과 13년 만에 인도승을 받아들이고 포교를 허락했다는 뜻입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꽤 오래된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사찰로 올라가는 길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이므로 넓습니다. 오솔길이 아니네요. 현등사까지 거리는 2.6km입니다. 산책길로 삼기에 좋은 거리지요.

 

운악산 망경대는 금강산을 노래하고

현등사 범종소리 솔바람에 날리는데

백년소 무우폭포에 푸른안개 오르네.

 

산길은 올라갈수록 분위기가 좋습니다. 사계절 모두 걷기에 편안한 길인데요. 다만 올라가는 길이므로 느긋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겠네요. 길옆에는 민영환 암각서가 나옵니다. 구한말 궁내부대신이었던 민영환은 기울어가는 나라를 걱정하면서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곳에서요. 이후 누군가 "閔泳煥"이라는 한자 이름을 새겼네요. 그래서 사람들은 민영환 바위라고 말합니다.

 

 

민영환 바위

 

민영환 바위를 지나면 현등사 불이문이 나옵니다. 108계단이 기다리고 있네요. 고려 희종 때인 1210년에 보조국사 지눌이 현등사를 중창했다고 하는데요. 보조국사가 어느 날 운악산을 바라보니 산속에서 3일 동안 빛이 솟아올랐다고 합니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싶어서 현장을 찾아갔더니 관음전이 서 있고 전각 남쪽 바위 위에 옥등이 있더래요. 그리고 그 옥등의 불은 꺼지지 않고 어둠을 걷어내고 있었네요. 그래서 정성껏 예를 올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옛 가람터였다고 합니다.

 

보조국사는 이곳에 절을 중창하게 되었고 절 이름은 옥등이 걸려 있었다고 해서 현등사(懸燈寺)라고 불렀다 합니다. 현등사라는 이름의 유래가 여기서 나왔네요. 중생은 번뇌수가 108가지 있다고 하죠. 108 번뇌 계단을 올라서니 현등사입니다. 뒤에는 운악산이 병풍처럼 절을 에워싸고 있는데요. 좁은 터에 전각들이 다닥다닥 배치되어 있습니다.

 

현등사는 조선시대에 함허 대사가 머물기도 했다 합니다. 하지만 조선 순조 때인 1823년에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는 화재가 발생하고 말았는데요. 오늘날의 현등사에서는 그 전각들을 볼 수 없으니 '현등사에는 일곱 번의 성쇠가 있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잠시 휴식을 합니다.

 

 

호박

 

 

돌아가는 길

 

현등사를 구경하고 나면 운악산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좋은 산이기에 등산객이 이처럼 많이 몰려올까 싶어서 말이죠. 운악산은 경기 5악으로 통하잖아요. 화악산, 감악산, 관악산, 송악산과 더불어 말이죠. 험준하고 바위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나 봅니다. 어쨌든 운악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왕복 5.2km의 거리이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은 룰루랄라 노래를 불러도 좋은 길이네요. 우선 힘들지 않으니까 말이죠. 현등사는 화재로 인하여 많은 문화유산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유산은 있습니다. 시도 유형문화재로 현등사 청동 지장보살좌상, 현등사 삼층석탑, 현등사 신중도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