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여행 봉선사, 광릉 둘러보기

가을이면 고즈넉한 산사가 그리워집니다. 산책도 필요하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도 필요하지요. 그런 여행지가 남양주에 있습니다. 봉선사와 광릉 그리고 국립수목원은 한 몸으로 우리를 남양주 여행으로 이끌어줍니다.

 

 

<운악산 봉선사 일주문>

 

 

봉선사 가는 길

 

서울에서 의정부를 거쳐 43번 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달리면 포천시의 관문 축석령에 닿습니다. 축석령에서 오른쪽으로 10여 분 달리면 봉선사와 광릉, 국립수목원이 나옵니다. 이 길에서 자동차는 숨죽이듯 30km 속력으로 천천히 달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경찰에 단속되어 어마 무시한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벌금이 무서워 천천히 달리라는 뜻은 아니고요. 아름다운 전나무숲을 거닐듯 감상하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며 감탄하게 됩니다.

 

퇴계원에서 47번 국도를 따라 진접읍 광릉내에서 봉선사로 가는 길도 있습니다. 봉선사와 광릉, 국립수목원이 차례대로 나오기 때문에 이 길이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아름드리 나무들을 감상하는 시간은 짧습니다. 앞차를 따라 가느라 정작 중요한 숲길을 놓칠 수도 있고요. 어쩌면 광릉을 먼저 둘러보고 봉선사로 들어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봉선사 찾아가는 길>

 

조선왕릉 광릉

 

가장 먼저 광릉을 둘러보라고 하는 것은 이곳의 세 여행지가 광릉의 주인 세조 임금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조는 조선의 제7대 임금이죠.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임금이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나쁜 군주로 인식되어 있는데 반면에 왕 재위시절에 나라를 위하여 좋은 일도 많이 했기 때문에 장단점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죽은 후 이곳에 묻혔다는 사실이죠. 왕의 능이 들어선다는 것은 일대가 능림으로 보호됨을 의미합니다. 1468년에 왕릉이 조성되었으니 어느덧 550년 전의 일이군요. 광릉수목원의 역사가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포천 국립수목원

 

광릉수목원은 일제강점기 때도 보호를 받았지요. 그리고 1987년에 수목원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산림박물관도 들어섰습니다. 그리하여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름도 국립수목원으로 바뀌었죠. 종이 한 장 차이로 남양주시의 경계를 벗어나는 바람에 포천 국립수목원이 되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세 여행지가 한 묶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코스를 짜고 있지요. 어느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행의 동선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국립수목원 입구>

 

운악산 봉선사

 

광릉이 있는 이곳은 상당한 산악지역입니다. 북쪽에는 죽엽산, 노고산으로 한북정맥의 줄기가 지나가고 남쪽으로는 운악산, 소리봉, 천견산이 한 줄기를 이루는데 이 산줄기 아래에 봉선사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봉선사는 광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절 이름도 '선왕의 능을 받들어 모신다'는 뜻에 지어졌음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절이 창건된 것은 고려시대 969년의 일입니다. 창건 당시의 이름은 산 이름을 따서 운악사였다고 하는데요. 바로 옆 산자락에 광릉이 들어서면서 광릉의 능침 사찰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네요. 조선시대는 유교를 숭앙하는데 어떻게 왕실에서 불교를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나라의 국시가 유교라고 해서 불교가 사라질 리는 없죠. 특히 세조의 비인 정희왕후는 불교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는 전통적으로 임금이 죽으면 능을 세우면서 능을 관리하는 사찰을 지정했죠. 운악산 봉선사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봉선사 연꽃축제

 

하지만 왕실의 보호를 받은 사찰이었던 만큼 부침도 심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홀라당 태웠고 병자호란도 피해가지 못했지요. 일제강점기 때는 교종의 본산으로 지정되었고 우리나라 근대불교의 선각자라 일컫는 월초 스님이 중수를 했지만 한국전쟁 때 삼성각과 대종을 제외하고 또 모두 불탔습니다. 그 대종은 오늘날 보물 제397호로 지정되었군요. 그래도 봉선사는 1959년에 운허 스님이 부임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대단하지요.

 

운허 스님은 경전의 한글화에 앞장선 분입니다. 그래서 1969년 대웅전을 중건하면서 '큰법당'이라는 한글 편액을 달았습니다. 글자가 되게 이쁩니다. 보통 대웅전 기둥에는 우리가 쉽게 알지 못하는 초서체가 새겨져 있음을 보게 되는데요. 무슨 말인지 몰라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하지만 봉선사 큰법당의 기둥에는 한글로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글이니까 당연히 읽게 되고 이해도 하게 됩니다. 절 앞에는 연못이 있는데 해마다 작은 규모의 연꽃축제가 열립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열리지 못했는데 7~8월 연꽃이 한창일 때 연꽃축제도 구경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봉선사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

 

봉선사 템플스테이

 

봉선사는 그동안 운좋게도 이름 있는 스님들이 들어와서 초석을 놓았고 나름 개성 있는 사찰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희왕후의 뒤를 이어 문정왕후는 89칸의 규모로 위엄 있는 사찰로 만들었던 것처럼 그동안 이곳에 주석한 스님에 의하여 배움의 도량으로 발전했습니다. 일반 신도들을 위하여 불교교양대학, 불교대학, 경전공부반 등을 만들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템플스테이도 운영을 하고 있네요.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 템플스테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매우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봉선사 템플스테이는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길 32
• 비용 : 체험형  70000원, 휴식형 60000원
• 내용 : 새벽예불, 비밀의 숲 포행, 사찰음식 체험, 108배, 타종 체험
• 특징 : 2018, 2019 템플스테이 최우수 운영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