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절기 - 큰 눈이 내리는 시기!

대설 절기는 큰 눈이 내리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이제 완연히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음력으로는 11월 14일이고 양력 12월 7일경입니다. 이때는 추위 때문에 몸을 움츠리고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야 하는 때입니다. 그 말을 실감 나게 하는 듯 요즘 날씨가 딱 그렇습니다.

 

 

대설즈음

 

오늘 아침 기상뉴스를 보니 전국 곳곳에 눈비가 내린다고 했습니다. 이미 지난 일요일부터 추위가 시작된 터라 더 이상 추위는 계속되지 않고 낮부터 추위가 누그러진다고 했고요. 그러하니 우리 조상들은 큰 눈이 많이 내리는 시기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거기에 대비했던가 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11월이라/ 대설과 동지 두 절기 있네/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 산새는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 옛날의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 농가십이월속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어째 낯설지 않은 내용이네요.

 

가을의 수확은 모두 끝나고 농사는 한가해지는 시기임을 알 수 있네요. 수확한 곡식들은 곳간에 쌓여 있으니 마음으로는 엄청 부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바깥을 내다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나 봅니다. 이날 눈이 내리는 것으로 봐서 내년의 풍년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즉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오늘날에 눈이 오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잠깐 내리다 마는 정도. 그런데 옛 사람들은 눈이 많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벼를 수확하고 난 자리에 보리를 심었거든요.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가 동해를 덜 입어 풍년이 든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보리밭을 밟는 풍습이 있었지요. 아이들은 학교를 가다오다 보리밭에 들어가서 보리를 밟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보리는 겨울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거든요. 부모는 이때쯤 콩으로 메주를 쑤어 방안 가득히 메주를 매달아 놓곤 했죠. 그 냄새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시골에서는 흔하게 맡는 냄새였으니까.

 

이것을 두고 메주가 뜬다고 했죠. 메주를 만들어 따뜻한 곳에 두면 이로운 미생물이 많이 자란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이 메주를 이용하여 된장도 만들고 고추장도 만들고 간장도 만들었습니다. 요즘같이 마트에 가면 된장, 고추장, 간장을 쉽게 구입하는 것이 아니었지요. 그런 부모님의 정성을 먹고 우리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대사증후군이라고 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잖아요. 그것은 먹는 것이 문제가 많기 때문에 생기는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아무리 추워도 감기에 걸리는 법이 없었고요. 옷을 적게 입어도 겨울을 버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추워도 밖에서 놀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먹었기에 건강을 유지했던 것일까요? 별 것이 없었습니다. 보리밥에 고구마를 많이 먹었던 것 같고 장독에 삭혀놓은 감을 꺼내 먹었던 것 같습니다. 호박죽도 제철이고 굴도 제철이라고 했지요. 그럼에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겨울을 났다는 것은 그런 것이 건강한 먹거리였기 때문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대설 절기를 맞아 다시 생각해봅니다. 큰 눈이 많이 내리는 시기라는 점. 눈이 많이 내려야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었다는 점. 먹는 것은 다양하지 않아도 건강한 겨울을 보냈다는 점. 그 추억을 소환하며 오늘의 대설 절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대설이 지나면 다음 절기는 동지입니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날. 어쩜 동지팥죽이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