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선자령 산행(강릉바우길 1코스)

추석 연휴 백두대간 선자령에 다녀왔습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선자령에 이르는 산행코스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처음 방문하는 등산객에게는 길이 여러 가지여서 헷갈릴 수 있는데요. 산행 길잡이를 겸하여 산행 소감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코스는 강릉바우길 1코스와 중복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백두대간 선자령 표지석

 

시작과 마무리는 옛 대관령 휴게소

 

수도권에서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2~3시간을 예상하면 좋겠군요. 진부IC 또는 대관령 IC에서 나가면 옛 대관령휴게소로 찾아갈 수 있는데요. 요즘은 대관령 마을휴게소로 이름이 바뀌어 있네요. 실제 대관령을 지나 강릉방향으로 내려가는 영동고속도로에 대관령휴게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에 양떼목장이라고 쳐도 옛 대관령휴게소까지 무난하게 찾아갈 수 있지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앞에 자동차를 세웁니다. 456번 지방도로 바뀐 옛 영동고속도로의 왼쪽에 양떼목장 입구가 있고 오른쪽에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있습니다.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는 대관령 고갯마루에서 강릉을 내려다보는 조망지에 위치하지요. 예전에는 이곳에서 일출감상도 많이 했더랬습니다. 

 

 

고속도로 준공기념비에서 바라본 옛 대관령 휴게소

 

선자령 순환등산로 입구 들머리

 

대관령 국사성황당 입구 표지석이 보입니다. 큼지막한 돌멩이에 새겨져 있는데요. 이곳에서 100m 아래쪽에 선자령 순환 등산로 입구가 있습니다. 강릉 바우길 1코스 선자령길 출발지이기도 합니다. 선자령 순환 등산로 입구를 들머리로 삼는다면 계곡을 따라 선자령까지 이동하게 되고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하산해서 국사성황당 입구가 날머리가 됩니다.

 

국사성황당 입구를 들머리로 삼는다면 선자령 순환등산로 입구가 날머리가 되는 셈이지요. 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나오는 것보다 원점회귀를 하는 것이 좋은데요. 능선을 걷는 즐거움과 계곡을 지나는 즐거움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자령 순환 등산로 입구로 들어가서 능선을 따라 나오기로 했습니다.

 

 

국사성황당 입구 100m 아래쪽에 있는 들머리

 

 

 

계곡길 따라 선자령까지 2시간 30분

 

들머리에서 선자령까지 약 6km 거리입니다. 빠르게 걸으면 1시간 30분에 이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빨리 걸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9월 중순이라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도 좋고 길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각종 야생화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네요. 2시간 30분이면 넉넉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에도 완벽한 숲길이 가능한 시원한 계곡길입니다. 지난 번에 지나간 태풍의 영향인지 계곡에는 물이 많았고요. 선명한 숲길 옆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가 무지하게 피어 있었는데요. 물봉선, 속새, 투구꽃, 며느리밥풀꽃, 여뀌, 구절초, 동자꽃 등 아는 이름으로만 야생화의 천국이라 부를 만했습니다.

 

 

계곡길에서 만난 물봉선

 

백두대간 선자령에 오르다!

 

선자령(仙子領)이라는 이름은 고개를 연상하게 하는데요. 선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서 이곳 계곡물에 목욕을 하고 놀았던 것은 아닐까요. 고개 이름이 정상 이름으로 이용되고 있는 선자령의 높이는 해발 1157m. 대관령 출발지의 높이가 886m인 것을 감안하면 표고차는 300m입니다. 

 

그래서 등산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평지를 걷는다는 느낌이 컸는데요. 가족단위의 산행코스로도 무난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산! 선자령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초원지대와 그곳에 자리한 풍력발전기는 아주 대단한 모습입니다. 멀리서 보면 작은 팔랑개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엄청난 규모의 구조물이라는 거. 풍력발전기는 이곳에 얼마나 센 바람이 부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에서

 

하산길은 백두대간 능선길

 

선자령 정상에 기념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은 후 백두대간 능선길을 따라 하산합니다. 계곡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이곳은 초원지대가 있습니다. 이곳의 초원지대는 굴업도, 비양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백패킹 성지라고 하는군요. 초원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을 사람들. 광활한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대초원을 따라 이어지는 백두대간. 오대산 진고개에서 출발한 백두대간 종주자들은 이 능선을 따라 지리산까지 이어걷기를 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저도 백두대간을 따라 이 코스를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대관령까지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되는데요. 바람이 심한 날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지요. 하지만 오늘은 바람이 잦아들었군요.

 

 

백두대간 능선길의 초원지대

 

국사성황사를 둘러보고

 

하산길에 만나는 대관령옛길. 그 아래쪽에 국사성황사가 있습니다. 대관령은 강릉의 진산이라고 하죠. 강릉에서 이 고개를 넘으려면 무려 13km나 되는 아흔아홉 굽이의 고개를 올라야 했는데요. 그래서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은 산신으로, 강릉 출신의 고승 범일은 국사성황신이 되어 강릉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매년 음력 4월 15일이면 이곳에서 강릉단오제가 시작된다고 하지요. 대관령 산신제와 국사성황제를 열면서 말이죠. 강릉시민들은 이곳에 강릉바우길 도보코스를 만들어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선자령을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는 바우길 1코스이고 대관령 박물관까지 내려가는 대관령 옛길은 바우길 2코스입니다. 

 

국사성황사 표지석에서 마무리하다!

 

국사성황사를 둘러보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산행은 마무리됩니다. 선자령까지 계곡길을 따르는 시간은 2시간 30분, 백두대간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1시간 30분이 걸렸네요. 내려오는 길에 선자령으로 향하는 한 부부가 질문을 했습니다. 선자령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래서 4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고 했더니 고맙다며 길을 재촉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자령을 찾는 방문객이 많습니다. 백두대간 종주자들도 있고 일반 등산객들도 많지만요. 평범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관광객을 말하는 것인데요. 아무래도 왕복 12km이고 시간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니만큼 산행준비는 철저히 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등산 신발, 등산복이나 배낭 정도는 메고 출발해야겠죠. 물과 간식을 챙겨서 말입니다.

 

 

국사성황당 입구를 날머리로 삼았다

 

선자령 산행정보(강릉 바우길 1코스)

 

• 위치 :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평창면, 도암면
• 산행기점 : 옛대관령 휴게소
• 산행거리 : 왕복 12km
• 산행시간 : 약 4~5시간
• 산행 난이도 : 초원을 가진 완만한 산세, 힘들지 않음.
• 주의점 : 기상이변이 잦음(바람이 센 날, 비 오는 날, 폭설이 내리는 날은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