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등산코스(흥인지문~국립극장~정상)

서울에는 해발 270m의 남산이 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서 등산코스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이만한 등산코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좋은 곳입니다. 서울 남산 등산코스 흥인지문에서 정상까지 즐겁게 출발해보겠습니다.

 

 

동대문이라 불리는 흥인지문

 

남산을 등산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서울의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 올라가더라도 좋은데요. 제가 20대에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올랐던 코스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길이었지요. 기차를 타고 서울에 닿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남산이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서울역에서 남산을 바라보고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날 다시 살펴보면 출발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계단길을 이용해서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제1코스 : 서울역~남산도서관~계단길~정상
• 제2코스 : 숭례문에서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계단길로 진입하는 방법.
• 제3코스 :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골목길~백범광장~계단길로 진입

 

하지만 오늘 제가 서울 남산 등산코스로 이용했던 길은 출발지가 흥인지문입니다. 지하철 4호선과 1호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동대문이라고 부르지요. 저는 옛 이름이 좋아서 흥인지문으로 잘 부른답니다. 이곳에서 한양도성 성곽을 따르면 남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거든요. 거리는 좀 있지만 등산코스로 삼기에 무난합니다.

 

 

 

 

요즘은 한양도성 순성길이라고 해서 한양도성 둘레길 걷는 코스가 각광을 받고 있지요. 전체 거리는 18km쯤 되는데 한 번에 걷기엔 상당히 힘들고 서너 번으로 나누어 걷는 것이 좋습니다. 남산과 인왕산, 백악산 등을 통과해야 하거든요. 이러한 한양도성을 따르면 남산 정상까지 이를 수 있는데요. 다만 장충체육관까지는 성곽의 흔적이 거의 없습니다. 광희문 부근에 약간 남아 있는 것이 전부라 흥인지문에서 장충체육관까지는 큰길을 따라 이동합니다. 20분쯤 걸으면 돼요.

 

장충체육관 옆에서 한양도성을 만나게 됩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으면서도 성곽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성곽길을 따라 걷는 것이 운치가 있습니다. 전망도 시원스럽게 드러나고 성곽에 대한 옛 이야기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곽의 축성시기에 따라 형태가 다르다는 점인데요.

 

 

서울성곽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면서 한양에 자리를 잡았죠. 가장 먼저 1396년 태조 때 도성을 처음으로 축조했고 1422년 세종 때 재정비합니다. 토성을 석성으로 고쳐 쌓았지요. 그리고 1704년 숙종 때 무너진 구간을 새로 쌓는 등 정비를 하게 되었고요. 마지막으로 1800년 순조 때 또 한 번의 고쳐쌓기가 이루어집니다. 고쳐 쌓는 시기에 따라 성곽의 모습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네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면서 올라가다 보면 국립극장 앞에 닿게 됩니다. 남산공원이라는 팻말도 보게 되고요. 이 길을 따라 5분을 올라가면 남산순환로와 만나게 됩니다. 오래 전에는 자동차가 다녔던 길이지만 지금은 사람만 다니는 길. 제법 긴 산책로는 오늘날 남산 둘레길로 이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남산은 등산 코스만 있는 것이 아니고 둘레길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둡시다.

 

 

남산서울타워

 

어쨌든 이곳에서 다시 급경사의 성곽길을 따르면 남산 정상까지 이르게 됩니다. 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가면 완경사의 오름길인데요. 이것도 남산으로 올라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되겠죠. 남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버스는 남산 순환버스입니다. 외국인이나 다리가 아픈 분들을 위해서 순환버스가 운영되고 있는 셈인데요. 하지만 개인 자가용은 남산 정상까지 갈 수 없습니다. 

 

드디어 남산 정상에 닿았습니다. 흥인지문에서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해발 270m임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회현역에서 계단길을 이용하면 30~40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죠. 남산 정상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우리와 모습이 비슷한 것으로 봐서 대부분 중국인들이네요. 남산 정상에는 흥미로운 것이 몇 가지 있는데요.

 

 

남산

 

• 남산 서울타워 : 남산 정상에서도 조망이 훌륭하지만 서울타워에 올라가면 서울 조망이 환상적이죠. 남산 최대의 명소이면서 서울 랜드마크이기도 합니다. 대인 요금 16000원(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 운영)
• 맹세의 열쇠 :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커플들의 자물쇠가 어마무시하게 많네요. 그것이 꼭 사랑의 맹세만은 아니겠지요.

 

사랑의 자물쇠

 

• 팔각정 : 남산 정상 자리에는 팔각정이 있네요. 이건 왜 세운 것일까요? 원래 이 자리에는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우남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해요. 1960년 4.19 의거 때 철폐하고 대신 세운 것입니다.

 

남산 정상 팔각정

 

• 국사당터 : 조선 태조 이성계는 남산의 산신을 목멱대왕이라 부르고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지요. 이를 국사당이라 했는데 일제강점기 때 조선신궁을 세우면서 인왕산 아래로 강제 이전했습니다. 이젠 터만 남았네요.
• 남산 봉수대 터 : 조선시대 통신수단 봉화는 남산으로 집결되었지요. 그 남산의 봉수대 터가 정상 부근에 있습니다.

 

 

남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북한산과 도봉산, 인왕산, 백악산이 잘 조망됩니다. 수도 서울의 옛 모습인 한양도성도 그림을 그리듯이 보이고요. 오늘날 대통령이 떠난 청와대의 모습도 선명하게 바라보입니다. 도성 안의 고층빌딩은 말할 것도 없는데 남쪽으로의 조망은 더욱 서울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게 합니다. 한강과 그 주변까지 서울은 거대한 공룡 같은 모습이니까요.

 

그러면서 늘 한탄하죠. "이 넓은 서울 땅에 나의 집 한 칸이 없구만." 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또 후회합니다. "진즉에 땅 한 평 장만해두었더라면 대박이 나도 여러 번 났을 텐데." 사람은 이렇게도 선견지명이 없습니다. 오늘을 바둥거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죠.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이젠 내려갑니다. 숭례문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겠네요. 계단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을 조망한다

 

남산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네요. 남산을 오르는 방법은 등산코스도 있고 시내버스도 있는데 케이블카도 있었네요. 편해진 세상입니다. 이렇게 편리해진 세상을 살고 있는데도 남산을 한 번도 구경 못한 사람 또한 없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시민임에도 말이죠. 남산은 애초에 높은 산으로 인식되고 등산에는 담쌓은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계단길을 내려가니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이 나옵니다. 예전에 없던 전시관인데 일제강점기 때의 조선신궁 자리도 발굴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선신궁 배전터라고 하네요. 서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도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 전시관과 백범광장을 지나면 서울성곽은 더욱 뚜렷한 모습으로 복구되어 있습니다. 한양도성의 복원사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유적 전시관

 

성곽을 따라 내려가니 숭례문에 닿는군요. 숭례문도 예전의 숭례문이 아닙니다. 숭례문 화재 이후로 새롭게 복원되어 옛 모습을 비스무리하게 갖추었네요. 서울 남산 등산코스는 이렇게 흥인지문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통과하고 숭례문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이 코스는 한양도성 순성길이기도 해서 성곽을 따라 이동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남산 등산코스로 손색이 없는 길이지요. 숭례문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남대문시장으로 향합니다. 시장 구경도 하고 갈치 골목도 찾아야 하니까요.

 

 

숭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