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 1330 1길(통합안내센터~각동리)

운탄고도 1330은 평균 고도 546m의 산길을 걷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정선과 태백을 거쳐 삼척에서 마무리되는데요. 오늘은 운탄고도 1길 영월 통합안내센터에서 각동리까지 15.6km를 걸었습니다. 

 

 

운탄고도 1330 1길

 

 

통합안내센터 찾아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월까지는 3시간 거리네요. 고속도로의 정체가 없는 새벽 4시에 출발했는데 7시에 도착합니다. 도중에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에서 10분가량 쉬었네요.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에서 빠져나가면 국도를 따르게 되는데 이 길도 거의 고속도로 수준입니다. 막힘없이 잘 달립니다. 

 

그래서 청령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통합안내센터까지는 자동차로 1분 거리. 양쪽 모두 아주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청령포 주차장이 더 넓어서 자동차를 주차하고 출발준비를 합니다. 11월은 안개가 많은 시기이고 아침 7시는 날이 약간 밝아오는 시간이군요. 처음으로 찾은 청령포 주차장은 어디가 어디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40분 알바하기

 

어이없게도 시작도 하기 전에 안갯속을 40분 동안 헤매고 다닙니다. 청령포 주차장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를 봤어야 하는데 놓쳤고, 통합안내센터에서 출발했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시작 단계에서 길을 찾으면 되었으니까요. 화장실에 갔다가 방향감각 없이 당연히 이쪽이겠거니 하고 시작한 것이 화근이네요.

 

다리를 건너니 왕방연 시조비가 나오고 계속 걸어갑니다. 신기한 것은 이곳에도 운탄고도 1330 리본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펜션 입구에서 마지막 리본을 만나고 난 뒤론 도저히 길을 찾지 못하고 출발지로 되돌아온 것인데요. 그 시간이 자그마치 40분이었네요. 

 

 

시 한 편

 

 

운탄고도 1330 뜻

 

강원도의 산악지역을 통과하는 운탄고도 1330은 이름 그대로 탄전지대가 있던 곳입니다. 전체 길안에 포함되어 있는 함백산 일원은 태백지역의 석탄산업의 중심을 이루었던 곳이죠. 따라서 험악한 산악지역이기는 하지만 도로는 잘 개발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운탄고도란 '석탄을 운반하던 높은 도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높은 고개의 이름은 만항재입니다. 해발고도가 무려 1330m죠. 운탄고도 1330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네요. 만항재를 통과하는 그 시점. 포장된 고갯길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라는 만항재를 지나면서 탄광지역의 면모를 더욱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 거리는 173km이고 440리입니다. 이것을 모두 9개 구간으로 나누었네요. 2022년 10월 1일 처음으로 개장하여 도보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무지하게 힘들다는 것. 하나의 코스가 15km 이상 대체적으로 길다는 것. 따라서 걷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땀 흘릴 각오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점입니다.

 

 

 

 

탐방기

 

시작은 통합안내센터에서 하는 것이 좋겠네요. 청령포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면 먼저 입구의 이정표를 확인할 일입니다. 진행방향은 계단을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은 산을 넘어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 간단한 원리를 모르고 길을 헤맸다는 것이 너무 어이없습니다. 이후부터는 리본이나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주차장에서 계단으로 올라간다

 

산을 넘어서니 마을이 나옵니다. 한두 채 가옥들은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원주민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청령포를 그냥 통과했네요. 청령포는 단종의 유배지였죠. 조선 후기 숙종 때가 되어서야 단종대왕으로 복위되어 이곳은 '단종대왕 유지 청령포'가 됩니다. 원래 이름은 청냉포였는데 임금이 계시던 곳에 차다는 뜻의 '냉' 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이름이 바뀌었다 하네요. 어쨌든 청령포는 걷기를 마치고 와서 돌아보기로 합니다. 자동차 때문에 되돌아와야 하거든요.

 

 

청령포

 

11월이라 아침 안개는 걷힐 줄 모릅니다. 잠시 후에 청령포 역을 지나갑니다. 태백선의 기차역인데 조선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가 위치해 있어 역 이름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객은 이용하지 않는 곳이네요.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하다가 그냥 통과합니다. 그리고 세경대 입구를 지나갑니다.

 

영월교도소, 태화산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니 팔괴교를 건너는데요. 팔괴교는 평창강을 건너는 다리입니다. 남한강이 영월을 지날 때 이름은 동강이라고 하죠. 동강은 영월에서 평창에서 흘러오는 평창강을 만나게 됩니다. 이어서 동강을 따라 진행하게 되는데요. 각고개입구가 나옵니다. 이곳의 이정표에는 세경대 입구 1.3km, 팔괴리 카누마을 4.8km라고 되어 있네요.

 

 

동강

 

산길이지만 마을길입니다. 띄엄띄엄 자리 잡은 가옥들은 나그네를 외롭게 하지 않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영월의 지형이 강원도 깊숙한 곳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네요. 주변은 온통 산이고 들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길이 있을까 싶은데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이곳을 지나다녔나 봅니다. 길은 아주 선명하게 잘 나 있네요. 그것이 국도든 산길이든..

 

 

숲에서 본 하늘

 

 

예전에 경상북도 청송에서 시작하는 경북 내륙의 외씨버선길을 걸은 바 있는데요. 백두대간 아래서 진행을 못하고 중지된 채로 있었지요. 그 길은 영월에서 끝나는데 이곳에서 뜻밖에 외씨버선길을 동행합니다. 반갑기도 하고 오래되어 잊혀 진 추억을 소환하게 되는 외씨버선길입니다. 오늘의 운탄고도 1330 1길이 끝날 때까지 동행하게 되더군요.

 

 

산길에서

 

좁은 강길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소망교회를 지나 도착한 곳은 팔괴 2리 동강 카누마을입니다. 여름철에는 카누와 카약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네요. 시골 중에서는 그래도 조금 번화한 곳. 잠시 휴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각동리에서 영월 시내로 나가는 마을버스가 12시쯤에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을 맞추려고 계획을 했지요. 그런데 초반에 40분을 까먹는 바람에 시간은 더욱 여유가 없게 되었네요. 그래도 택시는 2만 정도 나온다고 하니 마을버스를 타려고 쉬는 시간을 줄이고 있네요.

 

 

동강 카누 마을을 지나간다

 

카누마을을 지나고 강길을 갑니다. 그리곤 강길을 외면하더니 산기슭으로 길이 이어지는군요.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계속 진행합니다. 쉽게 가겠다고 강길을 계속 진행하면 영영 이별. 산길은 고도를 점점 높입니다. 그 길에서 각동리 돌널무덤 유적지를 만납니다. 겨울에도 북풍이 없는 따뜻한 곳이라 청동기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다는 곳입니다. 제법 넓은 돌널무덤 지대인데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르막 산길에서

 

 

산은 높고 힘든데 저걸 넘어가야 하나 싶었죠. 설마 했는데 기어이 넘어가는군요. 그래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게 됩니다. 이게 등산이지 걷는 길이냐며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태화산 경관 숲 안내도가 나옵니다. 외씨버선길 13구간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잠시 쉬고 다시 길을 갑니다. 그리곤 산신 바위를 만납니다. 커다란 거북바위인데 이를 '구암'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염원을 담아 돌을 던졌는데 돌이 바위에 올라앉으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전설이 전해옵니다.

 

그렇게 힘든 길을 걷고 나니 내리막 계곡길이 나오는군요. 내려가는 길도 한참 진행됩니다. 그리고는 동강을 만나고 각동리 입구에 도착하네요. 제대로 운동을 했다고 생각되는 길. 운탄고도 1330 2길의 안내문이 서 있는 버스정류장입니다.

 

 

각동리 버스정류장

 

 

걷기를 마치고

 

운탄고도 1330 1길은 도보객에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코스입니다. 아직 탄광지대를 지나지 않는 시작점에 불과하기 때문인데요. 어쨌든 영월에서 시작하려고 보니 이곳을 지나야 하는 코스로 넣은 것 같습니다. 1길은 영월지역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산악지역이고 길이 험해서 걷기 어려웠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6km를 4시간 10분 걸렸네요.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길만 걸은 시간입니다. 다행히 12시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마을버스에 대한 정보는 얻기 힘듭니다. 버스정류장에 노선버스 안내도가 있는데 너무 많아서 어떤 버스인지 짐작도 되지 않네요.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 한 대가 지나가는 겁니다. 옳다구나 하고 그냥 택시를 이용합니다. 청령포 주차장까지 2만 원. 청령포에서 다른 유적 감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나오고 말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