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불영사 - 거북이는 잘 있을까!

울진 불영사는 경상북도 봉화에서 울진으로 넘어가는 36번 국도변에 있는 사찰입니다.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불영계곡은 국가명승 제6호로 아름다운 곳인데 불영사의 아름다움도 빛이 납니다. 이곳을 지나는 길이라면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불영사 일주문

 

 

요약정리

 

• 주소 :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불영사길 48
• 관람시간 : 연중무휴
• 입장료 : 2000원
• 전화 : 054-783-5004

 

 

찾아가는 길

 

동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도로는 7번 국도입니다. 거의 고속도로 수준인데요. 울진에서 영덕 방향으로 4.5km 내려가면 봉화, 태백 방향의 36번 국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36번 국도를 타고 10km 정도 이동하면 불영계곡 입구가 나옵니다. 수도권에서 접근한다면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영주 IC까지 갑니다. 이곳에서 36번 국도를 이용하여 봉화, 현동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울진터미널에서 불영사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는데요. 6:35 7:00 8:05 10:0012:05 14:00 15:20 17:25이고 불영사에서 울진으로 나가는 버스는 7:15 8:30 9:30 10:45 13:30 15:00 16:50 18:40입니다.

 

 

 

 

유래

 

신라 시대 진덕여왕 때인 651년에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 불영사입니다. 천년이 훨씬 넘는 고찰인데요. 의상대사가 동해로 향하던 중 불영계곡에 오색의 신비한 빛을 발견하고 다가가 보니 연못 안에 아홉 마리의 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나뭇잎에 '火' 자를 써서 연못에 던지니 용들이 도망을 가고 그 자리에 절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처음에는 부처님이 돌아오신다는 의미의 불귀사였는데 불영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절의 서쪽에 우뚝 솟은 바위가 연못에 비친 모습이 부처의 모습과 같아서 말이지요.

 

 

대웅보전

 

 

탐방기

 

불영사의 넓은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표를 구입합니다. 입장료는 2000원이네요. 일주문에는 천축산 불영사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절 뒷산의 이름이 천축산입니다. 천축이라는 말은 부처님이 사는 곳을 이르는 말인데 부처가 계신 땅 인도를 천축국이라 부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아마도 의상대사는 부처님이 사는 세계를 구축하고자 천축산이라 이름 짓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주문에서 절마당까지는 1km 거리입니다. 누군가는 왜 이렇게 멀리 있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부처님을 뵈러 가는 길이 쉬워서야 되겠습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계곡길을 따라갈 일입니다. 저는 한여름에 이곳을 걸어 갔는데요. 웃으면서 걸을 수 있으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할까 생각했더랬습니다.

 

 

생수

 

그래서 절마당으로 들어서면 신기하게 시야가 탁 트이는 평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좁은 산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넓은 평지를 만나다니 의상대사가 왜 이런 산골짜기에 사찰을 지을 생각을 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불영사의 중심법당은 대웅전입니다. 안내문도 있는데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네요.

 

조선초기에는 화재로 절이 거의 불에 탔고 임진왜란 때도 극락전과 응진전을 제외한 모든 전각이 불타고 말았답니다. 그 참담함이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후 조선 광해군 원년에 다시 재건하면서 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웅보전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요. 그 안에는 또 다른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영산회상도가 있습니다. 석가모니가 설법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네요.

 

 

목을 내민 거북

 

대웅보전 앞마당에는 아담하게 생긴 3층석탑이 있네요. 일명 무영탑이라고 부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웅보전을 오르는 계단 아래에 특이한 모습을 한 돌거북이 한 쌍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인데요. 마치 대웅전을 짊어지고 끙끙대는 모습입니다. 안내문에 의하면 불영사의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그 불기운을 누르기 위하여 물의 신 용왕을 모신 것이라 합니다.

 

대웅전 옆으로 돌아가니 응진전이 나옵니다. 이 건물도 보물이네요. 아마도 불영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추정됩니다. 응진전은 부처님 제자 가운데 아라한과를 얻은 성자를 모시는 법당이라 하죠. 아라한은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일컫습니다. 일체의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으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불영사의 특징은 배롱나무입니다. 꽃이 백일을 간다고 해서 백일홍나무로도 불리는데 여름철에 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배롱나무의 특징은 기묘하게 생긴 나무의 껍질인데요. 희고 고운 무늬가 매우 미끄러운 감촉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원숭이미끄럼나무라 한다죠. 배롱나무의 껍질이 하도 미끄러워서 재주를 잘 부리는 원숭이조차 잘못하다간 미끄러진다는 의미입니다. 옛날에는 절이나 고택의 조경수로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불영사 연못

 

불영사의 묘미는 연못입니다. 연꽃 가득한 여름철에 별미로 구경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년 여름까지 기다릴 수야 없는 일이네요. 겨울에는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산줄기에서 흘러내려오는 아름다운 산세와 하얀 눈이 매혹적인 즐거움을 안겨주는 사찰이기도 합니다. 가을이면 두말할 것도 없이 단풍의 고운 모습에 빠질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청정한 자연과 고즈넉한 사찰에서 부처님의 한 마디 듣고 가는 마음의 평온함이 좋을 것입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이 없고, 시방세계 어디에도 견줄 이 없네. 세상 모든 것 내가 다 보아도, 일체 모든 것 부처님  같은 이 없네." 그래서 머나먼 1km를 되돌아나가는 일은 가벼운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