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장릉 - 단종의 묘는 왜 이곳에 있을까?

영월 장릉은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무덤입니다. 대부분의 조선 왕릉이 수도권에 분포하는 것과 달리 장릉은 강원도 땅에 위치하는데요.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되었다가 사사당하자 이곳에 안치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숨어 있는 역사이야기도 많은데요. 그 이야기를 따라가보겠습니다.

 

 

장릉

 

 

요약정리

 

• 주소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 관람료 : 2000원
• 전화 : 033-374-4215

 

 

영천

 

 

단종 이야기

 

단종(1441~1457년)은 세종대왕의 손자입니다. 아버지가 조선의 5대 왕 문종이죠. 단종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어머니를 잃고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세종은 성삼문 등 신하들에게 세손을 잘 보살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하죠. 단종은 12세 되던 해에 문종이 재위 3년 만에 세상을 떠나자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듬해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이 정인지, 한명회 등과 결탁하여 반정을 일으킵니다. 단종을 보필하던 영의정 황보인과 좌의정 김종서 등을 암살하면서 말이지요. 어린 단종은 왕위를 세조에게 빼앗기고 상왕이 됩니다. 겨우 왕위 즉위 3년 만의 일이었지요. 하지만 이듬해 성삼문 등의 단종복위 계획이 드러나는 바람에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되지요.

 

그곳이 청령포입니다. 하지만 여름철 큰 비를 피해 영월 객사였던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상도 순흥에서 다시 단종의 복위를 꾀하는 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의 일이 발각됩니다. 그래서 노산군은 결국 17세 때인 1457년 가을에 죽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주검을 거두는 이가 없었는데 당시 영월의 호장이었던 엄홍도가 한밤중에 몰래 시신을 거두어 단종의 시신을 묻어줍니다. 그곳이 지금의 장릉 자리라 합니다.

 

 

장릉 입구

 

 

영월 장릉

 

이후에 단종의 무덤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오랫동안 묻혀지나게 됩니다. 50년이 지난 중종 때 임금의 명으로 무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170년이 더 지난 숙종 때 비로소 왕의 대접을 받게 됩니다. 장릉이라는 이름이 그때서야 지어진 것이지요.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준 엄홍도의 높은 충절은 그가 비록 죽었지만 공조참판이라는 벼슬과 함께 장릉 옆에 정려각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해마다 한식날이 되면 단종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1967년부터는 아예 단종제로 이름이 바뀌어 이 지역의 향토문화제가 되었다고 하네요. 단종제 기간에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축제가 되었다니 영월이라는 땅이 들썩이게 되었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하여 지난 3년 동안은 조용히 지나갔지만 축제는 다시 부활하리라 합니다.

 

단종제가 축제행사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이 지역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인데요. 슬픈 이야기가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셈입니다. 영월읍에 위치한 장릉은 낮은 구릉에 자리하고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과 더불어 아름다운 왕릉으로 꼽히고 있지요.

 

 

소나무숲

 

장릉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에는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묘는 서울을 향하여 바라보는 형태입니다. 묘를 둘러싼 소나무는 모두 묘를 향해 절을 하듯 틀어져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왕릉에는 무신석은 없고 문신석만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칼 든 자에게 왕위를 빼앗겼으니 무신석은 세울 수 없었나 봅니다. 그 표정도 매우 애틋합니다.

 

꽃담은 퍽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요. 누구는 이곳을 천하명당이라고 한다는데 죽은 후에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네요. 조선시대 왕릉은 서울에서 100리를 벗어나지 않은 곳에 두는 것이 관례라고 하지만 그 관례를 깬 유일한 왕릉이 장릉입니다. 사적 제196호로 지정되어 있네요.

 

 

문인석

 

 

탐방기

 

장릉에는 엄홍도 정여각이 있지만 박충원 정여각도 있습니다. 박충원은 누구일까요? 단종이 죽임을 당하고 그의 주검을 거두었던 엄홍도가 세상을 떠나자 그 묘소조차 알려지지 않고 땅속에 묻혀버렸답니다. 이후로 영월에 부임하는 군수 일곱 명이 원인 모르게 죽어나갔다고 하는데요.

 

중종 때 군수로 부임한 박충원은 꿈을 꾸게 됩니다. 임금의 명을 받고 왔다는 이들에게 숲 속으로 끌려들어 간 것입니다. 그곳에 어린 임금을 모신 6명의 신하가 둘러앉아 있었는데요. 임금이 처형할 것을 명하였으나 세 번째 앉아 있던 이가 살려두자고 하여 처형만은 모면하게 됩니다.

 

 

박충원 정여각

 

잠에서 깨어난 박충원은 꿈속의 어린 왕이 단종이라 생각하고 그의 묘소를 수소문하게 됩니다. 엄홍도의 후손이 안내해주는 대로 찾아가보니 과연 꿈속에서 본 곳이었습니다. 그는 그곳에 묘소를 만들고 정중하게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충절을 기려 정여각을 만들어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종으로 인하여 죽은 사람들의 위패를 모신 충신각이 있고 제사 지낼 때 제물을 차려놓는 배식단도 있습니다. 우물도 있고요. 제사를 지내는 중심건물인 정자각, 단종의 생애를 기록한 단종비각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길을 걷는 동안 슬픈 마음이 떠나지를 않는 것은 그의 생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월은 그렇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