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자락길(사직공원~수성동계곡~시인의언덕)

인왕산 자락길은 인왕산의 산허리를 걷는 길입니다. 능선에는 성곽길이 있다면 산허리에는 숲이 울창한 자락길이 있는데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사람 냄새나는 골목길도 있지요. 서울 테마산책길의 하나로 조성된 인왕산 자락길로 떠나봅니다.

 

 

건강산책로 안내도

 

 

요약정리

 

• 전체거리 : 2.5km
• 예상 소요시간 : 1시간 30분
• 추천 시기 : 사계절
• 난이도 : 초급 코스
• 구간 : 사직단~수성동 계곡~이빨 바위~청운 문학도서관~윤동주 문학관~최규식 경무관 동상

 

 

 

 

탐방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가면 사직단까지 직선거리입니다.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께 제사드리는 공간인 사직단인데요. 사직단 주변을 공원화하여 오늘날은 사직공원으로 부릅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할 때 경복궁의 오른쪽에는 종묘를 두었고 왼쪽에는 사직단을 만들었죠. 하늘에 대한 제천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미입니다.

 

 

사직공원

 

사직공원의 왼쪽을 돌아가니 인왕산길이 나옵니다. 이 도로는 윤동주 문학관까지 이어지지만 인왕산 자락길은 단군성전을 지나면서 수성동 계곡으로 빠져야 합니다. 인왕산 자락길의 안내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종로구청에서 세운 안내도는 도로 따라 이동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너무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수성동 계곡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죠. 수성동계곡은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 중에서 수성동의 모습을 복원해놓은 곳입니다. 옛 그림과 아주 유사하여 매우 인상적인 곳이네요. 특히 계곡의 돌다리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데 한양도성 안에 유일하게 원래의 위치에 원형 보존된 통돌다리입니다. 그래서 역사적 가치도 높고요. 

 

 

수성동 계곡

 

수성동계곡을 지나면 아담한 오솔길이 나옵니다. 누가 이런 길을 지나다녔을까 싶은 아담한 길인데요. 데크가 설치되어 걷기에 매우 편합니다. 이 숲길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장관은 구름다리와 이빨 바위입니다. 산아래는 서울시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산 위로는 인왕산의 바위들인데 그 중턱에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았네요.

 

 

구름다리

 

이빨 바위에는 단경왕후와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도 남아 있군요. 단경왕후는 중종의 비인데 그녀의 아버지가 연산군을 폐위하는 중종반정에 반대하여 폐비가 되었지요. 왕후는 중종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왕산을 자주 찾았는데 임금의 말이 신 씨를 찾아오다가 지금의 구름다리 근처 계곡에서 떨어져 죽는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깬 신 씨가 달려가 보니 말은 없고 이빨 모양의 바위만 있었다고 합니다.

 

 

이빨바위

 

이빨 바위를 지나면 청운 문학도서관입니다. 종로구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인데 생김새가 아주 이쁩니다. 근처에 윤동주 문학관도 있고 시인의 언덕이 있어 문학 동네의 중심이 될만합니다. 문학 특성화 도서관이라고 하네요. 인왕산 자락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근처 사는 주민들에게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청운 문학도서관에서 시인의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시인의 언덕은 윤동주 문학관과 함께 대한민국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문학공원이네요. 시인은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에서 태어났는데 해방을 몇 달 앞두고 일본의 어느 감옥소에서 옥사했습니다. 항일운동 혐의로 투옥된 저항시인이라 부르는 이유죠. 그는 연희전문에 다닐 때 이곳 서촌에서 하숙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종종 효자동길을 따라 인왕산에 오르곤 했다고 합니다.

 

 

시인의 언덕 표석

 

시인이 오르던 인왕산 자락에 시인의 언덕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윤동주 문학관이 있습니다. 인왕산 자락길이 이처럼 윤동주 시인과 맞닿아 있는 줄은 몰랐네요. 윤동주 문학관의 맞은편에 최규식 경무관 동상이 있어 오늘 걷기의 종점이 됩니다. 불과 2.5km의 짧은 산책길이지만 되돌아가는 길을 버스로 이용하지 않고 다시 걷는다면 전체 거리는 5km 이상 늘어날 수 있습니다.

 

서울은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길을 걷는 곳곳이 구경거리니까 걷기로 합니다. 걷다가 통인시장에 들러 군것질도 해야 하니까요. 어쨌든 인왕산 자락길의 백미는 수성동 계곡이었습니다. 도시의 건물들이 계곡 턱밑까지 올라와서 예스런 분위기는 반감되고 있지만 그래도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서촌에서 바라본 인왕산

 

 

총평

 

인왕산 자락길은 도로가 아닌 숲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하얗게 바위를 드러낸 인왕산에도 이런 좋은 숲길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네요. 또 거기에는 다양한 스토리도 남아 있고요. 겨울이면 눈 덮인 산길이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할 것 같습니다. 1시간 30분을 예상하고 걸었지만 실제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된 길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