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나들길 1코스 심도역사문화길(강화버스터미널~갑곶돈대)

강화나들길은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조성되어 있는 도보여행길입니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고려시대의 왕릉, 조선시대의 돈대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죠. 오늘은 강화나들길 1코스 심도역사문화길 18km를 걸었습니다.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원점회귀 코스네요.

 

 

1코스 안내도

 

 

강화가는 길

 

강화도로 갑니다. 어린 시절 '일제주 이거제 삼남해 사진도 오강화~' 하며 외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 강화도라는 것을 알았지요. 누구는 강화도를 일러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이라 하고 또 누구는 '700년간 제2의 수도였다.'라고 하였지요. 수도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강화도는 그런 신비에 싸인 섬입니다.

 

이곳에 만들어진 강화나들길 코스는 20개나 됩니다. 1코스부터 시작해서 20코스까지 무지하게 많네요. 적어도 강화도에 스무 번은 들락거려야 겨우 여행을 마칠 수 있을 테니 앞으로 강화도는 엄청 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알아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 될까요. 강화나들길 1코스 심도 역사문화길의 시작은 강화버스터미널입니다.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강화로 가는 버스는 많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은 참고하시면 되고요. 저처럼 자가용으로 접근하는 분들은 강화터미널 옆 풍물시장 주차장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30분은 무료이고 주차권을 받으면 2시간까지 무료입니다. 주차요금이 걱정된다면 외곽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화대교

 

 

강화나들길 1코스 요약

 

• 총 거리 : 18km
• 소요시간 : 6시간
• 코스 : 강화버스터미널~동문~용흥궁~강화향교~북장대~연미정~갑곶돈대
• 도보여권 완주 도장받는 곳 : 출발지-버스터미널 관광안내소, 도착지-갑곶돈대 안내소
• 문의전화 : 나들길 지기(010-4716-3327, 010-5150-4360)
• 관심 집중 볼거리 : 용흥궁, 고려궁지, 성공회 강화성당, 강화 북문, 연미정

 

 

강화산성 북문 진송루

 

 

탐방기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합니다. 지도를 들고 이정표를 잘 살펴야 합니다. 강화나들길은 길을 조성한 지 오래되어서 리본이나 이정표가 훼손된 곳이 있습니다. 진행방향을 가늠하고, 가능하면 출발하기 전에 지도를 보며 예행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우체국을 지나면 오른쪽 동문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동문을 들어서면 시간이 지체되는군요.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습니다. 조선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다는 용흥궁도 있고요.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서 도읍을 송도에서 강화로 옮겼는데 그 고려궁 지도 있습니다. 성공회 강당은 인상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고요. 그렇게 어슬렁거리며 구경합니다. '길은 언제 걸어? 남은 거리가 17km라고 하는데' 하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합니다.

 

 

성공회성당

 

사실 길을 걷는 것과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은 병행하기 힘들지요. 문화유산은 자세하고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러자면 시간이 무한정 늘어나거든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대충 훑어보고 나중에 걷기가 끝나면 다시 찾아보는 편입니다. 그것도 멀리 있다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기 번거롭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문화유산일 경우에 말이죠. 그래서 대략 사진만 몇 장 남기고 지나가기로 합니다.

 

북문으로 올라가는 도로 옆에 수령 700년이 된다는 은행나무가 있네요. 키는 25m, 나무둘레는 6m로 꽤 우람합니다. 고려궁지의 역사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곤 북문에 도착합니다. 이젠 성곽길을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요. 강화읍을 조망하는 능선길이라 해도 좋군요. 북장대까지 강화산성을 지나갑니다.

 

오읍 약수터에 도착합니다. 강화터미널을 출발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네요. 초반이라 시간을 많이 까먹었습니다. 볼거리가 많았던 탓이겠죠. 오읍약수 옆에는 유래비도 적혀 있는데요. 고려 고종이 강화도에 천도하여 산성을 축성할 때 극심한 가뭄으로 일꾼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합니다. 고종이 친히 북산에 올라 기도하니 한 조각구름에서 벼락이 쳐 샘이 솟았다고 하는군요.

 

 

오읍약수터

 

오읍 약수에서 휴식한 후 다시 출발합니다. 이제는 산길을 벗어나 느긋한 들길이 나옵니다. 매우 한적해졌네요. 대월초교를 지나고 도로를 통과합니다. 초등학교는 매우 이쁘게 생겼습니다. 요즘은 초등학교를 저렇게 채색을 하나 보네요. 마을길을 지나면 능선을 따라 길은 이어집니다. 주변 어딘가에 황형장군묘가 있다고 하는데 패스.

 

 

마을벽화

 

능선을 내려서고 마을을 지나자 연미정이 보입니다. 오읍 약수터에서 다시 1시간 20분을 걸어 연미정에 도착합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서해와 인천으로 물길이 흐르는 모양이 꼭 제비꼬리와 같다고 하여 유래한 이름이네요. 옛날에는 한양으로 들어가는 배가 이곳의 앞바다를 지났다고 하니 중요한 교통로였던 것 같습니다.

 

 

연미정

 

연미정에서 잠시 휴식한 후 다시 해안로를 따라갑니다. 목적지는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데 훤히 트인 길은 느리게 이동하는 듯 보입니다. 그냥 지나가는 버스라도 있으면 타고 통과하고 싶은 길. 그렇게 하염없이 해안로를 따라 걷는데요. 이건 시간이 말을 해줍니다. 걷다 보면 목적지에 닿을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강화대교가 보입니다.

 

강화대교 아래를 통과하면 천주교 갑곶 순교성지입니다. 개화와 쇄국의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에서 다양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 장소가 강화도입니다. 통제영 학당 옛터도 보이고요. 강화대교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네요. 새로 만든 강화대교는 옛 강화대교와 함께 나란히 있습니다. 연미정에서 꼬박 1시간이 넘게 걸린 거리. 강화역사관에 닿았습니다.

 

이곳에도 볼거리가 많네요. 천연기념물 탱자나무도 있고 강화도 해안방어의 중심지 갑곶돈대가 있습니다. 팔각정자 이섭정도 있고 크고 작은 비석군도 눈길을 끄네요. 강화역사관으로 들어가면 둘러보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언제 이곳을 다시 오나 싶어 들어가 보았네요. 하지만 힘든 뒤의 여운이 남아 제대로 감상을 하지 못합니다. 오늘 걷기의 종점인데요. 강화나들길 1코스 심도역사문화길은 5시간이 걸렸습니다. 

 

 

볼거리

 

용흥궁(龍興宮) : 용이 승천한 곳이라는 의미.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살 때까지 살았던 집이라 합니다. 원래는 초가집이었는데 철종이 임금이 되고 난 후 강화유수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었다고 하네요. 행랑채, 안채, 사랑채가 있어요. 철종의 어릴 적 이름은 이원범이라고 하죠. 후대의 사람들은 그를 일러 강화도령이라 합니다.

 

 

용흥궁

 

성공회 강화성당 : 성공회는 영국의 국교회입니다. 1889년 9월에 한국 교구 초대 주교가 선교활동을 시작하죠. 1900년 11월에 강화성당을 세우니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입니다. 성공회 강화성당의 내부에는 동종, 사제관 등이 있는데 요즘의 교회와 다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강화 고려궁지 : 고려시대 궁궐이 있었던 곳입니다. 몽골이 침략함에 따라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로 옮긴 후 이곳에 궁궐을 지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39년 동안 사용하였고 몽골과 화친을 맺으면서 환도하던 1270년에 몽골의 요구로 궁궐은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흔적만이 남아 있네요. 이후 조선시대에 왕이 행차할 때 머무는 행궁을 건립했습니다.

 

강화산성 북문 : 강화읍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강화산성인데요. 1232년 강화 도읍기에 내성으로 축조되었다고 하네요. 개경으로 다시 돌아갈 때는 몽골의 요구로 대부분 헐렸다고 합니다. 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은 최근에 새로 복원한 것이겠죠. 북문 문루의 이름은 진송루입니다. 

 

연미정 : 이곳의 건립연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려시대 왕이  학생들을 이곳에 모아 면학케 하였다는 기록이 있네요. 그보다 정묘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와 굴욕적인 형제관계의 조약을 맺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갑곶돈대

 

갑곶돈대 : 강화대교가 놓이기 전에 진해 마을이 있었다고 합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갑곶나루가 있었다 하고요. 건너편 문수산성이 바라보이는 방향으로 구식 대포 두 문이 포신을 겨냥하고 있는데요. 상징적으로 강화도 해안방어의 중심지였음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1876년 당시 조선은 신식 군함인 양무호를 일본에서 구입해 와서 운용하기 위해서 해군사관학교 격인 통제영학당을 세우기도 했던 곳입니다.